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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TURUS ARCHIVE

2026.03JOURNAL 02

관찰은 판단을 미루는 기술이다

Method / People

칼 와익은 사람이 먼저 움직이고 나중에 의미를 붙인다고 봤습니다. 그렇다면 관찰은 가만히 보는 일이 아니라, 의미를 서둘러 붙이지 않으려고 버티는 훈련에 가깝습니다.

관찰이라는 말은 조용한 일처럼 들립니다. 한발 물러서서 가만히 보는 일. 실제로 해 보면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칼 와익은 사람이 먼저 움직이고 나서 의미를 붙인다고 봤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한 뒤에 그것을 설명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과정을 센스메이킹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관찰은 보는 일이 아니라, 의미를 서둘러 붙이지 않으려고 버티는 일입니다.

와익이 이 개념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1993년 「행정과학계간」 38권에 실린 만 걸치 화재 분석입니다. 1949년 몬태나에서 공수소방대원들이 산불에 투입됐고 그중 열세 명이 사망했습니다.

와익은 이 사고를 불의 규모가 아니라 조직의 붕괴로 읽었습니다. 상황이 예상과 어긋나기 시작하자 역할 구조와 의미 만들기가 동시에 무너졌습니다. 그는 이것을 우주론적 사건이라고 불렀습니다. 세계가 더 이상 이해되지 않고, 동시에 그것을 이해할 수단도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대장이 불길 앞에서 풀에 불을 놓고 그 탄 자리에 누우라고 지시했을 때 아무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 행동은 기존의 어떤 훈련에도 들어 있지 않았고, 설명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의미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지시를 내린 본인은 살아남았습니다.

와익은 이 분석에서 의미 만들기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네 가지 원천을 제시했습니다. 즉흥성, 가상의 역할 체계, 지혜의 태도, 그리고 존중하는 상호작용의 규범입니다.

이 가운데 지혜의 태도가 관찰과 가장 가깝습니다. 와익이 말한 지혜는 많이 아는 상태가 아니라,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태도입니다. 확신은 관찰을 멈추게 하고, 완전한 무지는 행동을 멈추게 합니다.

조직에서 이 버팀은 특히 어렵습니다. 회의에는 결론이 필요하고, 판단이 빠른 사람이 유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현상을 마주한 지 몇 분 만에 이름이 붙습니다. 소통 문제, 리더십 이슈, 세대 차이.

이름이 붙는 순간 관찰은 끝납니다. 이후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그 이름을 확인하는 데 쓰이고, 이름에 맞지 않는 정보는 예외로 처리됩니다.

우리가 첫 단계에 시간을 많이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판단을 미루는 며칠은 낭비처럼 보이지만, 그 며칠이 없으면 두 번째 단계에서 발견할 것이 남지 않습니다.

References

  • Karl E. Weick, 「The Collapse of Sensemaking in Organizations: The Mann Gulch Disaster」,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38(4), 628–652 (1993)
  • Karl E. Weick, 『Sensemaking in Organizations』 (Sage, 1995)
  • Norman Maclean, 『Young Men and Fir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