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시작이 아니라 끝에서 출발한다

윌리엄 브리지스는 변화와 전환을 구분했습니다. 변화는 밖에서 일어나고, 전환은 사람 안에서 일어납니다. 새 제도를 도입해도 이전 방식을 아직 놓지 못했다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것입니다.
새 제도를 도입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문서는 바뀌었고 시스템도 열렸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이전 방식으로 일합니다.
윌리엄 브리지스는 여기서 변화와 전환을 나눠 보라고 했습니다. 1979년 저서 『Transitions』에서 처음 제시하고, 이후 40여 년에 걸쳐 수전 브리지스와 함께 다듬은 모형입니다.
변화는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조직 개편, 새 도구, 새 규정처럼 날짜를 찍을 수 있습니다. 전환은 그 사건을 사람이 안에서 통과하는 심리적 과정입니다. 날짜를 찍을 수 없고, 대개 변화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변화는 시작에서 출발하지만, 전환은 끝에서 출발합니다.
브리지스가 말한 전환의 첫 단계는 끝입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잃는지 확인하고 그 상실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구간입니다. 무엇이 끝났고 무엇을 가져갈지가 정해져야 다음이 열립니다.
두 번째가 중립 지대입니다. 예전 방식은 이미 없고 새 방식은 아직 작동하지 않는 어정쩡한 구간입니다. 브리지스는 이곳을 전환의 핵심으로 봤습니다. 심리적 재정렬과 재패턴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가 새로운 시작입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 역할에 에너지가 붙는 단계입니다. 조직이 흔히 성과로 세는 것은 이 단계뿐입니다.
조직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세 번째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비전을 발표하고 새 이름을 붙이는 일은 눈에 보이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눈에 보이지 않아 관리 대상에서 빠집니다.
특히 중립 지대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불안이 높아지는 구간이라, 조직은 이 시기를 짧게 넘기려 합니다. 브리지스의 관점에서 이 구간을 건너뛰면 전환은 완료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겉으로만 새 방식을 따르고, 압력이 사라지면 이전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실무에서 첫 단계를 다루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무엇이 없어지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대화를 건너뛴 조직에서는 새 제도에 대한 저항이 제도 자체와 무관한 곳에서 터집니다.
그래서 변화가 멈춘 것처럼 보이는 조직에서 우리가 먼저 확인하는 것은 진척률이 아닙니다. 끝난 것이 무엇인지 조직이 분명히 말한 적 있는지를 봅니다. 끝을 말하지 않은 채 시작만 선언한 경우가 놀랄 만큼 많습니다.
References
- William Bridges, 『Transitions: Making Sense of Life's Changes』 (Addison-Wesley, 1979)
- William Bridges & Susan Bridges, 『Managing Transitions: Making the Most of Change』 4판 (Da Capo, 2016)